제가 얼마 전에 친구랑 승부 가리는 게임을 했는데요, 친구가 저보다 좀 잘해요. 제가 못하겠다고 하니까 친구가 갑자기 '너 짬밥이 있는데 잘하지 않을까?' 이러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군대에서 먹는 밥'이라는데, 게임하다가 갑자기 군대 밥 이야기를 할 리는 없잖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아빠가 집 안에서 담배 피우시길래 '피지 마세요' 하고 안내방송까지 나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네가 그럴 짬밥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가 그럴 짬밥이 있어?'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아빠 말씀도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는 거예요! 혹시 '짬뽕에 밥 말아먹어'라는 뜻인가 하고 혼자 생각해 보기도 했네요... ㅎㅎ
그래서 말인데요, 이 '짬밥'이라는 단어가 대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짬밥 뜻 모르는게 죈가요?
'짬밥'이라는 말은 원래 군대에서 먹는 밥을 가리키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정확히는 '남은 밥'이라는 뜻의 한자어 '잔반(殘飯)'이 변형된 속어입니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식사 환경이 넉넉지 못했고, 특히 이등병 같은 낮은 계급 병사들은 식사 순서가 늦어져서 고참들이 먹고 남은 밥, 즉 잔반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이런 힘든 경험을 거치면서 군 생활 기간이 쌓이고 계급이 올라갔기 때문에, 군대에서는 '짬밥을 많이 먹었다'거나 '짬이 찼다'는 말이 '군 생활을 오래 했고 계급이 높다', '선임이다'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같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짬밥'이 많아진다고 표현하는 거죠. '호봉'도 군대 계급 안에서 복무 기간을 세는 단위인데, 호봉이 높을수록 '짬밥'이 많다는 의미와 같은 겁니다.
음.. 그러면 제가 님이 겪으신 상황들을 이 뜻에 맞춰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이렇게 군대에서 시작된 '짬밥'이라는 말이 점차 사회로 퍼지면서 군대 밖에서도 '경험', '경력', '연륜', 또는 그로 인한 '능력'이나 '지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어로 사용됩니다.
- 친구가 게임하면서 "짬밥이 있는데 잘하지 않을까?" 라고 말한 것은, 친구분께서 그 게임을 오래 했거나 연습을 많이 해서 '경험이나 실력이 쌓였으니 잘할 거다'라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게임에서의 '경험치'나 '레벨'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 아버님께서 "네가 그럴 짬밥이 돼?" 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버님께서 질문자님께 나이나 살아온 경험, 혹은 집안에서의 위치 등을 생각할 때 아버님께 그렇게 말할 만한 '연륜'이나 '자격', '서열'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미로 살짝 장난스럽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보다 '경력'이나 '나이'가 어린 님에게 '아직은 좀 이르지 않냐'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짬밥'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군대나 특정 조직 문화에서 주로 쓰이다 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일 수도 있고요. 궁금해하고 이렇게 물어보시는 질문자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이제 그 뜻을 아셨으니 다음에 '짬밥'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언더스탠드 할 수 있겠지요.
이 '짬밥'이라는 말이 예전부터 계속 쓰이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궁금증이 잘 해결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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